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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진보 정권 때는 급등, 보수 정권 때는 안정’ 부동산이 공식처럼 움직이는 명확한 이유.

by 돈TELL파파 2026. 2. 4.

 

운좋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아파트를 매수했어요.
우리 부부 편히 쉴 곳 하나는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혼수 안하고, 집을 샀습니다.

 

 

제가 산 이후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서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그 때 못샀으면?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2025년 여름에 결혼과 함께 처음으로 집을 산 와이프 지인이 한 말입니다. 서울에 직장 있는 이 신혼 부부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전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을 준비했고, 지난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며칠 전, 잔금을 치뤘습니다. 당시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막차를 타려는 매수 대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숨 쉴 틈 없이 규제 폭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6·27 대책으로 대출 한도를 조이더니,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까지 뒀습니다. 그리고 다주택자 양도세중과유예 해지까지… 상식적으로 규제가 강해지면 수요가 위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은 매번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 1,800조 원을 돌파했고, 강력한 3중 규제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줄었을뿐 신고가 행진은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대중들에겐 이미 하나의 공식이 종교처럼 퍼져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족보였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아파트값은 무조건 오른다.” 과연 이 속설은 단순한 심리적 편향일까요, 아니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냉혹한 현실일까요? 감정을 배제하고, 역대 정권의 성적표와 현재의 시장 흐름을 팩트 위주로 뜯어보겠습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 '우연'이라기엔 너무 명확한 패턴

먼저 통계부터 확인해 봅시다. 진보와 보수 정권의 부동산 성적표는 너무나 극명하게 갈립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들어선 노무현 정부(진보) 시절, 전국 집값은 64.1%, 서울은 무려 74.4% 폭등했습니다. 반면 이명박 정부(보수) 때는 전국 4.2%, 서울 10.4%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죠. 이후 박근혜 정부(보수)에서 규제 완화로 인해 완만한 상승세(서울 17.6%)를 보이다가, 문재인 정부(진보)가 들어서자마자 서울 집값 상승률은 106.3%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보수)를 거쳐 다시 등장한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서울은 이미 2.23% 상승하며 전임 진보 정부들의 상승 곡선을 그대로 답습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 수치만 보면 ‘진보=폭등, 보수=안정’이라는 공식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10차례가 넘는 대책을, 문재인 정부는 무려 26번의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투기 세력을 잡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왜 ‘선한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낳았을까요? 저는 그 원인을 정책의 방향성과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찾습니다.

 

 

규제의 역설: 때릴수록 튀어 오르는 용수철

역대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규제의 역설(Paradox of Regulation)’로 설명됩니다. 진보 정부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투기 세력의 장난’으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올리고(보유세, 양도세), 대출을 막고(LTV, DTI 강화), 거래를 제한(토지거래허가구역)합니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입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만 억지로 틀어막으면, 시장은 이를 “앞으로 새 집 공급이 더 줄어들겠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재건축 규제가 오히려 강남 집값을 부채질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규제가 ‘똘똘한 한 채’ 열풍을 불러온 것이 그 증거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잡지 못한 강남 부동산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기 내내 강남 규제에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핀셋 규제를 하면 할수록 그 규제를 비켜간 지역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고, 결국 서울 전역, 아니 지방까지 불장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지금 이재명정부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 1.29 대책,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등 깜짝 발표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공급 부족의 확인 사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당장 눈앞의 규제가 너무 강력하니 먼 미래의 공급 약속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인 겁니다.

 

반면 보수 정부의 접근법은 달랐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집값이 안정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 탓도 컸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시장의 숨통을 틔워줬습니다. “정부가 억지로 누르지 않는다”는 시그널이 시장의 조급증을 없앤 겁니다.

 

물론 보수 정부의 정책이 만능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부양책은 가계 부채를 키웠고, 정권 말기 탄핵 정국과 맞물려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급이 충분하다’는 믿음을 줄 때 시장은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부동산 규제의 역설
부동산 규제의 역설

 

서울과 지방의 디커플링, 그리고 똘똘한 한 채

제가 데이터를 보면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양극화’입니다. 이번 상승장은 과거와 달리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과 한강 벨트 등 핵심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말기,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격차는 3.2배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 들어 그 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깁니다. 다주택자가 되는 길이 막히고, 세금 부담이 커지면 사람들은 지방의 집을 팔아 서울의 핵심지로 몰려듭니다. 지방으로 흘러가야 할 자본까지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현재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급증하는 동안, 지방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규제를 하려면 서울과 지방을 철저히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중앙정부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시각으로 전국을 재단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거래를 살리기 위한 취득세 완화나 인구 소멸 지역의 주택 수 산정 배제 같은 유연한 정책이 없다면, 지방 부동산의 몰락과 서울의 과열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는 고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은 정부보다 똑똑하다

결국 부동산은 심리입니다. 그리고 그 심리를 움직이는 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입니다.

진보 정부의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누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성을 키우고 폭발력을 응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왔습니다.

“정부가 이기나 시장이 이기나 해보자”라는 싸움이 시작되면, 백전백승 시장의 승리였습니다. 규제의 역설을 인정하지 않고, 투기꾼 때려잡기 식의 이념적 접근을 고수한다면 이번에도 결과는 뻔합니다. 지금 시장 참여자들은 학습되어 있습니다. 규제가 나오면 “아, 이제 더 오르겠구나”라고 역발상을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핀셋 규제로 투기 수요를 제어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 내 고밀도 공급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기대는 접어두십시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유동성이 풀리고 공급이 막힌 시장에서, 규제만으로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입니다. 각자도생의 시대, 정부의 말(Word)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Flow)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서울 핵심지의 신고가 행진은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불안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본의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