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번엔 다를 거라 착각했나: 비트코인 8만 달러 붕괴의 진실
비트코인이 결국 8만 달러 선을 내주었습니다. 74,000달러대까지 급락한 후 현재 77,000달러 선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말 최고점 매도에는 실패했지만, 분할 매도를 통해 평균 11만 달러 선에서 보유 수량의 90%를 정리한 상태입니다. 남은 물량은 아직 수익권이긴 하나, 평단가와 큰 차이가 없어 이대로 하락이 지속된다면 손실 전환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 역시 2025년의 '광기의 업토버(Uptober)'를 기대했습니다. 대중의 광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매도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죠. 지난 사이클을 복기해 봐도 이렇게 완만하게 상승이 끝난 적은 없었고, 무엇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자금이 유입된 첫 번째 사이클이었기에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더욱이 많은 투자자가 기다리던 알트코인의 폭발적인 펌핑(Altcoin Season)이 오지 않았다는 점도 미련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타당한 근거가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오를 때 알트코인이 못 올랐다고 해서 그게 비트코인의 잘못은 아니며, 알트코인이 안 올랐다는 사실이 강세장이 지속되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비트코인의 조정 이유를, 제 주관적인 희망 회로를 끄고 철저히 '숫자'를 통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아주 단순했습니다.
하락의 첫 번째 이유: 사이클의 종료 (Time’s Up)
이미 시장에 공개된 지표와 SNS 등을 통해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종합해 보았습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슈퍼 사이클'을 외치며 강세론을 주장하지만, 저는 약세론에 무게를 둡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사이클의 길이(Cycle Length)'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이번 5번째 사이클은 지난 두 번의 사이클 길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기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비트코인이 고점을 찍었던 날은 사이클 시작 후 정확히 1,062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 직전 사이클: 1,059일
- 그 전 사이클: 1,068일
기간적으로 볼 때, 이번 사이클은 과거 두 번의 사이클과 오차 범위 내에서 똑같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비트코인이 떨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복잡한 거시경제 변수가 아닙니다. 단순히 '사이클이 끝났기 때문(The cycle is over)'입니다. 우리는 이미 강세장에서 내려 약세장으로 환승했습니다.
하락의 두 번째 이유: 4분기의 저주
과거 데이터를 보면 모든 1년짜리 약세장은 예외 없이 '반감기 다음 해(Post-halving year)' 또는 '선거 다음 해'의 4분기(Q4)에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4분기, 2017년 4분기, 2021년 4분기... 그리고 지금, 2025년 4분기입니다. 비트코인이 하락하는 이유는 논쟁의 여지 없이 "원래 이때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항상 선거 다음 해 4분기에 고점을 찍고 내려왔습니다. 왜 이번만 달라야 합니까? 사람들은 "내 알트코인이 아직 안 올랐으니 끝날 리가 없어"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시장은 개별 코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2019년과의 평행이론: 무관심 속의 하락
많은 투자자가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는 '파이 사이클 탑(Pi Cycle Top)' 같은 유명한 고점 판독기들이 이번엔 매도 신호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자주 참고했던 이 지표는 단기 추세선이 장기 추세선의 2배를 뚫고 올라가는 순간, 즉 "시장이 과열되었으니 당장 팔라"고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아직 선이 교차하지 않았으니 고점이 아닙니다"라고 외쳤고, 개미들은 그 신호만 기다리며 매도를 미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시장은 조용히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투자의 대가들이 "지표를 맹신하지 마라"고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고점 때도 이 지표들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의 시장을 2019년과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이번 고점은 '유포리아(광기)' 속에서 찍은 게 아니라 '무관심(Apathy)'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이클에 과연 광기가 있었나요? 저 역시 여러분의 생각과 같습니다. 광기가 없었습니다. 광기 없는 무관심 속에서 고점에 도달하면, 급격한 폭락 대신 '느리고 점진적인 하락(Slow gradual decline)'이 나옵니다. 고점에서 FOMO(포모)에 휩쓸려 매수한 개미들이 많지 않기에 극단적인 패닉 셀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저 질질 흐르는 '시간에 의한 항복(Time-based capitulation)'이 나올 뿐입니다. 2019년은 역사상 유일하게 비트코인이 유포리아가 아닌 무관심 속에서 고점을 찍었던 때였고, 그때도 알트코인으로의 자금 순환(Rotation)은 없었습니다. 당시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장되기 직전 비트코인이 꺾였던 모습은 지금과 매우 흡사합니다. 많은 이들이 "가치 있는 알트코인들이 안 올랐으니 불장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2019년에도 그 알트코인들은 오르지 않은 채 천천히 지하실로 내려갔을 뿐입니다.

글로벌 유동성의 진실: M2는 잊어라
저는 시장 분석에 있어 '글로벌 순 유동성(Global Net Liquidity)'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서 역레포(RRP)와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뺀, 시장의 '진짜 유동성'을 의미합니다.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전체 물의 양을 '중앙은행 총자산(연준이 찍어낸 돈)'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이 물이 전부 수영장(투자 시장)으로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어딘가에 고여 있거나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고여 있는 물(RRP, TGA)을 제외하고, 실제로 우리가 헤엄칠 수 있는 '수영장의 진짜 수위'가 바로 순 유동성입니다. 즉, 연준이 돈을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총자산 증가), RRP나 TGA가 그 돈을 흡수해 버리면 시장에는 돈이 돌지 않아 코인 가격은 떨어집니다.
- 역레포 (RRP): 은행들의 파킹 통장 시장이 불안하면 은행들은 투자를 꺼리고, 현금을 다시 연준에게 맡겨 안전하게 이자를 받으려 합니다. 돈이 시장에서 잠자게 되는 셈입니다.
- TGA: 미국 정부의 비상금 지갑 미국 재무부가 세금을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 모은 돈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정부가 이 지갑을 채우면 시중의 유동성은 빨려 들어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언급하는 글로벌 M2(통화량) 차트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M2를 보며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는 건 후행 지표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비트코인이 먼저 꺾이고 나서야 M2가 꺾입니다. 오히려 비트코인이 선행지표입니다. 2019년에도 비트코인이 하락할 때 주식 시장은 계속 올랐습니다. 지금도 주식은 버티는데 코인만 떨어지는 현상은, 유동성이 부족한 '리스크 온(Risk-On)' 환경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 유동성 부족과 리스크 온(Risk-On): 돈이 부족하기에 투자자들은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습니다. 주식과 코인 모두에 투자할 여력이 없으니, 주식만 투자한다거나, 위험한 잡코인(Altcoins)은 버리고 확실한 대장주 비트코인 하나만 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알트장이 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결론: 2026년 10월까지의 겨울
"금값이 하락하니 그 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금이 1% 떨어지면 비트코인은 6% 하락합니다. 금이 꺾이는 시점에 코인으로 도피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더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명백한 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볼 때 대부분의 약세장은 약 1년 정도 지속됩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주가 사이클을 봐도 지난 고점 후 바닥까지 98주가 걸렸습니다.
- 2018년 약세장: 12월 ~ 다음 해 12월 (1년)
- 2022년 약세장: 11월 ~ 다음 해 11월 (1년)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지만, 이번에도 2025년 10월 고점으로부터 1년 뒤인 2026년 10월이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작년 11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금값, 은값 폭락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 자산 시장이 하락한다고 해서 "에잇, 안 해!" 하며 시장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적은 경쟁 속에서 더 큰 기회가 피어납니다. 부동산, 주식, 원자재, 코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환호할 때 뒤늦게 탑승했다가 폭락을 맞고 떠난다면, 다음 사이클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입니다.
하락이 언제까지, 얼마나 깊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끝없이 오르는 자산이 없듯, 끝없이 내리는 우량 자산도 없습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는다면, 하락장에는 공부를 하면 됩니다. 공부를 통해 가격이 가치 이하로 떨어졌다는 확신이 들 때, 다시 조금씩 모아가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이 지루한 하락장에서 '모아가기' 전략을 시작할 기회를 엿보며 시장에 계속 남아있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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