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혼자만 보여준다고요?" : JTBC의 올림픽 독점 중계 사건
현재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는 올림픽이 언제 개막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무관심 탓으로 돌리기엔 주변 역시 이상하리만치 조용합니다. 지금 밀라노에서 전 세계인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데, 개막 시점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느 채널을 틀어야 중계를 볼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지상파 3사의 채널을 돌려보며 입맛에 맞는 해설을 골라 듣던 그 당연했던 풍경은, 이번 올림픽에서 철저하게 소거되었습니다. 이토록 국가적 이벤트가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린 원인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JTBC의 무모한 '독점 중계' 배팅 때문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올림픽 중계권은 원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는 곳에서 팝니다. 보통은 우리나라의 여러 방송국이 함께 돈을 모아서 중계권을 사 온 뒤, 사이좋게 나누어 방송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이 쉽게 올림픽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를 '보편적 시청권'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JTBC는 무려 7년 전인 2019년에 IOC와 단독으로 계약을 맺어버렸습니다. 무려 약 7,000억 원(5억 달러)이라는 엄청난 돈을 베팅한 것이죠. 이 돈이 얼마나 큰돈이냐면, JTBC가 1년 동안 버는 돈(연 매출)의 무려 2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평소 적자를 보던 회사가 "이번 기회에 올림픽을 독점해서 지상파 3사를 누르고 우리가 최고의 방송국으로 우뚝 서겠다!"라며 엄청난 모험을 건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싸움 때문에 KBS, MBC, SBS는 이번 올림픽을 방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올림픽이 언제 열리는지, 어디서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게 된 우리 시청자들과, 4년 동안 피땀 흘려 노력했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 텅 빈 무대에 서야 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입니다.

"10조 원짜리 일주일짜리 파티" : 올림픽 개최 비용의 비밀
시야를 넓혀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의 본질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우리가 올림픽이라는 며칠짜리 화려한 파티에 열광하는 동안, 개최국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받아 듭니다. 최근 파리 올림픽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약 10조 원으로 선방했지만, 도쿄 올림픽은 40조 원,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은 무려 60~70조 원을 허공에 태웠습니다.
동네에서 체육대회를 해도 돈이 많이 드는데, 전 세계인이 모이는 올림픽은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들까요?
가장 큰 이유는 '건물과 도로(인프라)'를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치처럼 아주 작은 도시에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오면, 스키장과 스케이트장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타고 다닐 도로, 잠을 잘 호텔, 심지어 공항까지 전부 새로 지어야 합니다. 반면 파리처럼 이미 건물도 많고 지하철도 잘 되어 있는 대도시에서 올림픽을 열면 돈을 훨씬 아낄 수 있죠. 우리나라 평창 올림픽은 다행히 약 13조 원 정도로 매우 알뜰하게 치른 편이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KTX 철도를 까는 데 쓴 돈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아주 얄미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올림픽을 열기 위해 경기장을 짓고 도로를 까는 그 엄청난 돈은 모두 그 나라의 세금(국민들의 돈)으로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림픽의 진짜 주인인 IOC는 경기장을 짓는 데는 단 한 푼도 보태주지 않습니다. 대신 방송국에 중계권을 팔고, 코카콜라나 삼성 같은 큰 회사들에 광고를 받아 막대한 돈을 챙깁니다. IOC는 통장에 현금만 5조 원을 쌓아두고 있는, 그야말로 '슈퍼 갑' 거대 이벤트 회사인 셈입니다.
"잔치가 끝난 후의 쓰레기장" : 하얀 코끼리가 된 경기장들
올림픽을 열면 수십 조원의 경제 효과가 생기고,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와서 나라가 부자가 될 것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우선, 올림픽이 끝나면 그 비싸게 지은 경기장들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경제학에서는 먹성만 좋고 쓸모는 없는 동물을 비유하여 이를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고 부릅니다. 수영장, 스키 점프대 같은 시설들은 올림픽이라는 딱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만 지어졌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면 동네 사람들이 가서 놀 수도 없고 유지비만 어마어마하게 나갑니다. 실제로 브라질 리우 올림픽 수영장은 대회가 끝나고 불과 6주 만에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곰팡이와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흉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는 표현은 영어 관용어로, 유래는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 같은 나라의 옛 전통에서 왔어요. 왕이 누군가에게 희귀하고 신성한 흰 코끼리를 선물로 주면, 받는 사람은 일을 시키거나 팔 수도 없고, 그냥 먹이고 돌보는 데만 엄청난 돈이 들었다고합니다. 선물 받았으니 버릴 수도 없고, 결국 재앙 같은 존재가 되서 올림픽이벤트를 빗대서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의 평창 올림픽 경기장들도 처음에는 비슷한 걱정을 했습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강릉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을 얼음 창고로 쓰자는 황당한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니까요. 다행히 지금은 영화 세트장으로 빌려주거나, 썰매 경기장을 테마파크처럼 개조해서 사람들이 놀러 갈 수 있게 만드는 등 힘겹게 재활용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림픽을 개최할 때마다 "수십 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며 국민을 호도합니다. 냉정하게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이른바 '생산유발계수'라는 통계적 마사지가 만들어낸 착시일 뿐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치킨을 사 먹으면 닭 농장 사장도 돈을 벌고, 사료 공장도 돈을 번다는 식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리를 전부 억지로 합산한 허수입니다. 경제 구조를 뜯어보면, 60조 원의 경제 효과를 주장하더라도 실제 국가의 세수로 귀속되는 진짜 이익은 4~5조 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결국 올림픽은 남는 장사가 아니라, 막대한 세금을 태워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는 '자랑용 파티'입니다. 잔치가 끝나면 수천억 원짜리 경기장들은 유지비만 갉아먹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로 전락합니다. 리우 올림픽의 수영장이 폐막 6주 만에 곰팡이와 부유물로 뒤덮인 쓰레기장이 된 것이 그 증거입니다. 평창 역시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을 얼음 창고로 쓰자는 자조적인 논의까지 거친 끝에, 지금에야 힘겹게 테마파크나 촬영장으로 개조하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국가적 자부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것인가요?
"눈밭의 외로운 싸움" : 동계 스포츠의 씁쓸한 현실과 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 모순 덩어리인 스포츠에 시선을 빼앗기는가요? 그것은 단순한 경제적 득실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적 카타르시스'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부조리가 판치는 무대라 할지라도, 그 위에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근육을 찢어가며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의 서사는 진짜입니다. 이 치열한 드라마는 팍팍한 우리의 일상에 위로를 던지고 사회를 하나로 묶어내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번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는 스노보드 종목의 유망주 최가온 선수가 이러한 무관심속에서 그 어려운 금메달을 땄습니다. 비록 비정상적인 독점 중계 탓에 채널 선택권은 빼앗겼지만, 그들이 빙판과 설원 위에서 증명해 낼 투혼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7,000억 원의 중계권료, 수십 조원의 개최 비용, 그리고 IOC의 탐욕. 이 모든 자본의 찌꺼기들을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순수한 열정뿐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썩어빠진 구조 속에서도 피어나는 스포츠의 진짜 감동,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야말로 이 자본의 파티를 소비하는 시청자의 유일한 권리이자 의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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