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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왜 대한민국은 줄을 서서라도 '두쫀쿠'를 먹는가?

by 돈TELL파파 2026. 1. 26.

새벽 4.

아직 해는 생각도 않는데, 코끝이 아린 바람 맞으며 길게 늘어선 줄을 봅니다. 무슨 금괴를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명품 가방 떨이 행사장도 아닙니다. 고작 손바닥만 쿠키 하나 사겠다고 저러고들 있습니다. 미친 짓이죠. 아니,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 때는 상상이나 했습니까? 하나 먹자고 밤잠 설치는 .

근데 말입니다. ㅎ  퉁퉁 부은 눈으로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있는 청춘들 표정을 보면, 혀를 차다가도 묘하게 짠해지는 겁니다. 도대체 '두쫀쿠' 놈이 뭐길래. 대한민국을 이토록 들었다 놨다 하는 건지. 전문가들은 '디토 소비' '스몰 럭셔리' 떠들어대지만, 살아온 시간간이 짧지 않기에 이것저것  겪은 눈엔 그저 허기진 마음들이 보일 뿐입니다.

두쫀쿠 줄서기
두쫀쿠 너무너무 궁금해

1. 맛 때문? 아니그건 '건축'이야!

두바이 쫀득 쿠키. 이름도 길다. 이건 그냥 과자가 아닙니다. 과장 좀 보태서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공학적 산물이지요. 중동에서 '카다이프'라는 낯선 국수 가닥이 '파사삭' 부서질 , 틈을 피스타치오 기름기가 메우고, 마시멜로가 끈적하게 달라붙습니다. 바삭함과 쫀득함. 물과 기름 같은 식감을 억지로 결혼시켰는데, 캬~ 그게 기가 막히게 궁합이 맞네? ㅎㅎ

한국 사람들, 식감에 미치잖아요. 씹는 . 원조 두바이 초콜릿이 바삭함으로 승부했다면, 우리는 거기에 '약과' 먹던 가락으로 쫀득함을 덧입혔습니다. 익숙한데 낯설고, 아는 맛인데 새롭고. 혀끝에서 터지는 모순적인 쾌락. 인정합니다. 맛있긴 하더군요.

 

2. "나도 거기 있었어"라는 비명

하지만 고작 '' 때문에 새벽을 견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줄은 맛집 대기 줄이 아닙니다. 외로움을 확인받으려는 의식(Ritual) 가깝죠. 장원영이, 유명 인플루언서가 "맛있다" 숏폼에서 웃습니다. 순간,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습니다. 그냥 따라 하는 거죠. '디토(Ditto)'. 나도, 나도 그래.

불안한 겁니다. 남들 하는 나만 하면 도태될까 . SNS 올린 쿠키 갈라진 사진. 그거 먹으려고 올리는 아닙니다. " 아직 살아있다", "나도 유행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타 있다"라고 세상에 소리치는 생존 신고지. 6 원짜리 쿠키가 아니라, 소속감을 사는 겁니다. 비싸다고요? 외로움값 치고는 싸잖아요.

 

3. 가난한 시대의 슬픈 사치

옛날엔 경기가 나쁘면 립스틱이 팔렸다는데, 요새는 쿠키가 팔립니다. 수백만 원짜리 명품 ? 그림의 떡이죠. 내 ? 너무 높아 목 꺽이게 처다봐도 이번 생엔 글렀고. 근데 주머니 뒤져보니 꼬깃꼬깃 원짜리 장은 나오네? 그걸로 6 원짜리 쿠키를 사는 겁니다. 밥보다 비싼 디저트라고 욕하지 마세요. 그들에겐 그게 유일하게 손에 잡히는 '확실한 행복'이니까.

스몰 럭셔리. 말은 번지르르하지. 실상은 거대한 욕망을 거세당한 세대가 누리는 소소한 위로입니다. "그래, 내가 이깟 쿠키 하나 먹을 만큼 막장은 아니야"라는 자존심 세우기.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으로 현실을 잠시 잊는 마취제. 슬프지 않습니까?

 

4.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마약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지만,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뇌가 녹는 같아요. '바삭'하는 소리, 줄줄 흐르는 초록색 . 알고리즘이 없이  시각 청각, 미각에 꽂아 넣습니다. 도파민이 핑퐁팽퐁 터지죠. 먹고 싶어서 영상을 보는 아니라, 영상을 찍고 싶어서 먹게 만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대중들에게 희소성?이라는 최고의 재료까지 더해져 구하기 힘들수록 안달 나는 인간의 본성까지 아주 교묘하게 건드립니다.

 

[사족] 그래도 몸은 챙겨라, 제발

꼰대 같은 소리 하나만 합시다. 전 솔직히 두 개를 연달아 먹지는 못하겠습니다. 차고 넘치는 달달함을 못참아 내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거, 칼로리 폭탄입니다. 라면 그릇 그냥 설탕에 비벼 먹는 거랑 비슷해요. 소확행으로 한 두개 경험하는 것은 강츄원츄지만, 서서 고생하고, 쓰고, 몸까지 망치지는 말자구요. 친구랑 넷이서 입씩만 나눠 먹어요. 맛있는 쪽도 나눈다잖아요. ㅎ

마지막으로. 유행, 좋죠. 즐기세요. 근데 남들이 서는 줄이 불안해서 억지로 서지는 마세요. 당신의 시간은, 당신의 인생은 그깟 쿠키보다 훨씬 비싸고 귀하니까. 새벽바람 맞으며 떨지 말고, 시간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꿀잠이나 주무시길. 그게 진짜 럭셔리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결국 대만카스테라가 그랬듯, 후루후루 탕후루가 그랬듯 그 결과는 시간의 차이일 뿐 늘 같을 테니까요.